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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봄, 여름호-옛날 옛적에]바닷물이 짠 이유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계로 지금도 돌아가는 소금 맷돌
작성자 : 진흥원 관리자 작성일 : 2024-09-22 조회수 : 555


바닷물이 짠 이유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계로 지금도 돌아가는 소금 맷돌


인간은 욕망의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추우면 따뜻한 옷을 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안정된 삶을 꾸리는 정도의 욕망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심, 남보다 더 잘살고 싶어 남의 것을 탐하는 욕망으로 치닫는 경우가 동서고금을 넘어서 우리의 삶에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탐욕에 대한 경계는 ‘하지 말라’는 금기의 말보다는 한 편의 교훈적인 이야기가 더 효과적이었음을 예로부터 알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바닷물이 짜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소금 맷돌 이야기가 전승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기 위해 바닷속 소금 맷돌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글. 김종군(건국대학교 대학원 통일인문학과 교수)


삼역총해(만주어, 1714년)_(국립중앙도서관)


일러스트: 심은경



세계적 광포 설화 ‘마법 맷돌’

 

소원을 말하면 다 들어주는 마법의 맷돌을 탐한 악인이 그것을 훔치거나 강탈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소금이 나오라고 주문하고는 그치게 하는 법을 몰라 배가 침몰해 죽게 되고, 맷돌이 지금까지 바닷속에서 소금을 쏟아 내고 있어서 바닷물이 짜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한번쯤 들어 봤음 직한 이 이야기는, 현대에는 전래동화로 재화(再話)하기에 적합한 서사라고 판단한 결과인지 여러 출판사에서 어린이용 책으로 발간 해 널리 알려졌다. 이 이야기는 바닷물이 짠 이유를 해명하는 유래담, 기원담의 한 유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우리나라의 자료로는 손진태가 1923년에 함경남도 함흥에서 직접 수집해, 1930년에 『조선민담집』에 일본어로 번역하고 소개한 것이 최초의 기록물로 보인다. 이때 붙인 제목이 <바닷물이 짠 이유(海水の鹽い理由)>이므로 대표적인 명칭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른 제목인 <바닷물은 왜 짠가>, <이상한 돌절구>, <소금 나오는 맷돌>, <이상한 매통> 등으로 『한국구비문학대계』에 각 지역에서 7편 이상 수집되었고, 분단 이후 북한에서도 <신기한 맷돌>, <섬처녀> 라는 이름으로 반복적으로 출판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광포(廣布) 설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전승되는 이야기이므로, 아르네-톰슨은 ‘마법 맷돌 (AT 565)’로 유형을 분류하고 있다. 손진태는 처음 이 이야기를 수집하고 독일의 『그림 이후의 동화(Neuere Märchen seit Grimm)』에 나오는 <해수는 왜 짜나(Warum das Meerwasser salzig ist)>와의 상관성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맷돌이라는 소재만 같다고 해설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도 곡식의 껍질을 벗기는 용도의 나무 매통이 등장하는데, 서사는 차이가 있고 결말부의 소금이 나오는 화소는 유사하므로 우리나라에 국한된 설화가 아니라 세계적인 광포 설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최초 수집본 海水의 짠理由


우리말로 출판된 이 이야기 처음 모습은 손진태의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을유문화사, 1947) ‘제7편 기타의 설화’ 중 첫 번째로 수록된 <海水의 짠 理由(해수의 짠 이유)>이다. 


옛날 어떤 有名하 大賊이 있었다. 그 때에 國王은 한틀의 망(百臼)을 가졌었다. 그 망은 如意珠와 같이 그것에 向하여 무엇이든지 願하는 바를 말하면 그것을 나오게 하는 寶物이었다. 大賊은 그 것을 盜賊ㅎ고자 積年苦心하여 어떤 날 밤에 그 寶臼를 감쪽같이 盜出하였다. 盜賊은 그것을 가지고 바다로 나갔다. 陸上에 있었다가는 畢竟發覺되리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바다의 한 가운데까지 왔을 때에 盜賊은 배를 멈추고 생각하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安心 하였다. 近者는 鹽價가 太貴하니 소금을 나오게 하여 巨利를 얻으리라.」 

盜賊은 망에 向하여 「소금 나오너라」 하였다. 그러니 망은 빙빙 돌면서 白雪 같은 소금을 限없이 내었다. 盜賊은 너무 기쁜 통에 망을 멈출 줄을 잊어 버렸다. 그래서 소금의 過重으로 因하여 배는 엎어지고 盜賊은 溺死하였으며 그 石臼는 지금도 海底에서 자꾸 돌고 있으므로 거기서 나오는 소금으로 因하여 海水는 지금까지 짜게 되였다고 한다.(一九二O年九月咸興張凍原氏談)


이야기의 원형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거칠지만 본래 텍스트를 그대로 옮겼다. 이야기는 줄거리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당시의 조사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맷돌의 함경남도 사투리인 ‘망’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서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자를 병기했다. 그런데 백구(百臼)는 출판 과정에서 석구(石臼)의 오식(誤植, 잘못되었거나 틀린 글자를 인쇄)으로 보인다. 이런 착오는 몇 군데서 찾을 수 있다. 첫 문장에 보이는 ‘有名한’의 오식도 그렇다. 그리고 조사 정보를 표시한 마지막 부분도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는 손진태가 1923년 여름에 조선인 유학생 친구 노봉종(盧鳳鍾)을 따라 함흥으로 민속 조사를 가서 수집한 이야기로 추정된다. 이때가 『조선신가유편』에 수록된 첫 작품인 <창세가>를 김쌍돌이 무녀에게서 채록한 시기이다. 당시 함흥읍에서 18세 고등보통학교 학생인 장동원(張凍源)을 만나 8월 14일에 채록한 것이라고 1930년 『조선민담집』에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1947년에 우리말로 출판하면서 채록 정보에 착오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1920년 9월이라는 날짜도 다르고, 제보자 이름의 한자도 차이가 있다. 손진태는 1930년에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조사한 민속자료를 도쿄(東京) 향토연구사에서 두 권 출판하는데, 10월의 『조선신가유편』과 12월의 『조선민담집』이 그것이다. 이 책들을 발간하기 전인 1927년 8월부터 국내에서 『신민(新民)』이라는 잡지에 「조선민족설화의 연구」 논문을 15회에 걸쳐 우리말로 연재했고, 이 글을 광복 이후 1947년에 을유문화사에서 출판했으므로 어느 정보가 정확한지는 알 수가 없다. 


『조선민족설화의 연구』 | 손진태
『조선민족설화의 연구』 | 손진태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진태는 이 이야기를 접하고 몇 가지 의구심이 생긴 듯하다. 그때까지 문헌설화로 접한 적이 없고, 구전으로도 처음 접한 것이다. 그런데 독일의 민담 <Warum das Meerwasser salzig ist>와 같이 바닷물이 짠 이유를 해명하는 기원담이니, 혹시 그것을 읽어서 습득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그래서 제보자에게 이야기의 습득 경위를 파고드는데, 어린 시절 친구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함흥 지역에 널리 전승되는 이야기인가 싶어 여러 명에게 물어봤으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다. 그는 『조선민담집』을 출판하면서 이야기 선정의 원칙을 ‘내가 아는 범위에서 문헌상에 보이는 설화나 다른 사람에 의해 이미 간행된 이 종류의 책 중에 소개된 설화는 전부 제외했다’와 ‘원고는 각각 청취 후 곧 필사한 것으로 약간의 수정을 제외한 곳을 빼면 나의 창의로 옮긴 곳은 조금도 없음을 밝혀 둔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가 당시까지는 기록된 적이 없는 최초의 채록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그는 두 이야기를 독자들이 비교해 판단하도록 독일 민담을 함께 수록하면서, 맷돌에서 소금이 나와서 바닷물이 짜게 되었다는 결말 부분만 같고 전체 서사가 전혀 다른 점, 독일 민담에 서는 맷돌이 산산조각 나서 작은 맷돌 여러 개로 변해 바닷물 전체가 짜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특징이 채록한 이야기에는 없는 점을 들어서 우리의 고유한 민간 전승으로 인정하는 입장으로 정리한다. 


북한 설화 &amp;lt;신기한 매돌


북한 설화 <신기한 매돌>
제공 : 김종군


지역과 시대에 따른 다양한 변이


이 이야기의 제목이 다양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본 서사 구조에서 다양한 변형이 발견되고 있다. 

무엇이든 소원하는 바를 쏟아 내는 화수분과 같은 주보(呪寶)의 실체는 가장 흔한 것이 맷돌 이고, 곡식의 껍질을 벗기는 가재도구인 매통이나 돌절구로 설정된 경우도 있으며, 북한에서 재화된 <섬처녀>에서는 물건을 담아 두면 그득그득 새끼를 치는 화로로 등장한다. 또 찢어지게 가난하면서도 불쌍한 사람을 돕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주인공의 선업(善業)을 기리는 의미를 부각해 ‘활인기(活人器)’나 ‘활인궤(活人櫃)’로 설정된 경우도 있다. 

이야기의 서사도 바닷물이 짠 이유를 해명하는 결말은 유지하고 있으면서 그 중심 서사는 다양한 변이형을 보인다. 원형 이야기는 국왕이 가진 보물 맷돌을 도적이 탐내서 훔치고,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당시 최고 비싼 물건인 소금이 나오라고 외쳐서 몰락하는 서사인데, 북한의 『조선민화집4-의좋은 형제』에 수록된 <신기한 매돌>은 이 기본형을 준수하면서 살을 붙여 재화하고 있다. 

이 기본형 서사와 맞서는 비중 있는 이야기는 형제 갈등 서사다. 가난한 동생이 인색한 형에게 양식을 구하러 가자 동생을 골탕 먹이기 위해 도깨비 소굴로 보내고, 도깨비에게서 요술 맷돌을 얻게 되는 구조이다. 이는 착한 동생이 악한 형에게 속아 지옥에 갔다가 매통을 얻게 된다는 노르웨이 이야기와도 유사한 서사이다. 


북한에서 활발하게 출판되는 <섬처녀>에서는 권력에 항거하는 서사를 중심으로 삼고 있어 흥미롭다. 외딴섬에서 노인들과 병든 사람들을 온몸을 바쳐 구제하는 착하고 강인한 섬처녀가 병든 마을 소녀를 구하기 위해 암벽 위로 약초를 캐러 갔다가 신비한 약초 옆에서 화로를 하 나 얻게 된다. 그 화로는 어떤 물건을 넣든지 새끼를 쳐 넘쳐나는 신비한 물건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섬처녀 덕분에 배불리 먹고살 수 있게 되었다. 고을 태수가 이 소문을 듣고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와 화로를 빼앗자 섬처녀는 몰래 소금과 모래를 한 줌씩 화로에 담아 내주었다. 배가 바다 가운데로 갔을 때 소금과 모래가 계속 넘쳐나서 배는 침몰하고 탐욕스러운 태수는 죽게 된다. 그때 바닷속에 가라앉은 화로에서 소금과 모래가 지금도 계속 나와서 바닷물은 짜고, 바다에는 모래가 넘쳐나게 되었다는 서사이다. 이 이야기는 북한에서 기본형의 서사 결말을 살리면서 반봉건 계급투쟁을 강조하는 의도로 재창작한 서사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결말 부분을 바닷물이 짠 이유와 결부시키지 않고 악인을 징치(懲治)하는 구조로 변개(變改)시킨 경우도 있다. 북한에서 1958년에 출판된 최초의 민담집인 『우리나라 옛이야기』에 실린 <신비한 매돌>은 소금 소재가 빠져 있다. <흥부전>처럼 가난한 동생이 인색한 형에게 명절을 앞두고 양식을 빌러 가는데, 형이 동생을 골탕 먹이려고 먹지도 못할 삼 년 묵은 좁쌀을 한 됫박 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막에서 맷돌을 안고 우는 노인을 만나는데, 병든 손자가 죽기 전에 좁쌀죽을 한 그릇 먹기를 소원해서 맷돌을 가지고 지주인 그 형을 찾아가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했다. 딱한 처지를 보아 넘길 수 없어 형에게 얻은 좁쌀을 주자 노인은 한사코 맷돌을 지고 가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맷돌 앞에서 소원을 말하면 저절로 돌면서 온갖 물건을 쏟아냈다. 그 덕분에 온 마을이 잘살게 되자 탐욕스러운 형이 와서는 맷돌을 빼앗아 갔고, 집으로 돌아와 목이 마르다며 술을 내놓으라고 하자 술이 넘쳐나는데, 그치게 할 줄을 몰라 술에 잠겨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바닷물이 짠 이유로 결말을 맺지 않은 독특한 변이형이다. 


북한 설화 &amp;lt;섬처녀&amp;gt; 삽화 | Chora


북한 설화 <섬처녀> 삽화 | Chora
출처 : 『남북이 함께 읽는 우리 옛이야기』, 김종군 외, 박이정출판사, 2017년
제공 : 김종군


탐욕이 사라지면 바닷물은 담수가 되려나?


이 이야기는 바닷물이 짜다는 대자연의 이치를 해명하는 기원담이므로 신화적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최초의 채록자 손진태는 『조선민담집』에서 이 이야기를 신화 전설의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민담은 신화의 부스러기’라는 설화 기원론에 부합하듯이, 다양한 변이형으로 파생되는 과정에서는 대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신화의 성격을 벗고 우리 삶의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 서사로 끌어와 민담의 성격으로 변화한다.

국왕이기 때문에 신기한 맷돌을 가진다는 구태의연한 설정을 거부하고 보물을 가질만한 행위를 한 주인공을 대신 설정한다. 악하고 탐욕스러운 형에게 항거하지 않는 착한 마음씨의 동생에 대한 보답으로 보물이 부여되기도 하고, 북한의 <섬처녀>처럼 마을의 노인들과 병든 자를 위해 헌신하는 공동체의 영웅에 대한 포상으로 보물 화로가 주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얻은 보물을 자신처럼 어렵게 살아온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활용한다. 그래서 맷돌은 어느새 사람을 살리는 활인(活人)의 도구로 다시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선량하게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런 보물을 탐하는 악인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비리와 폭력으로써 그 보물을 탈취하고자 한다. 탐욕에 대한 응징은 그토록 욕망한 것들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넘치게 해 그 속에서 매몰되고 몰락하게 하는 것이다. 탐욕스러운 군상이 하나씩 몰락할수록 바닷속에는 소금 맷돌이 점점 늘어나고 바닷물은 더욱 짜지고 있다. 소금 맷돌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연년세세(年年歲歲) 맑고 담담한 빗물이 더해지면 저 넓은 바닷물도 담수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바닷물이 여전히 짠 이유는 인간의 탐욕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