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만나기
[사진 - 보은군 문화관광]
삼국시대에 들어온 불교는 당대에 정치와 종교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리고 1천 년이 넘는 시간 한국 역사와 함께해 온 불교는 한국의 전통문화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교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찰, 곧 절입니다. 절은 일정한 원칙에 따라 건물을 배치합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복잡한 내용이 필요하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기준으로 본다면 크게 두 범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절의 건물 배치를 가람배치라고 하는데요, 먼저 삼국시대에 있었던 간단한 가람배치입니다. 이 시기 가람배치는 탑과 불상을 모신 건물인 금당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대체로 고구려와 신라는 탑 하나에 금당을 세 개 짓는 가람배치(1탑 3금당)였다면 백제는 탑과 금당을 하나씩 짓는 가람배치(1탑 1금당)를 채택했습니다.
이러한 가람배치를 보여주는 신라의 절의 유적이 경주의 황룡사지입니다. 또 백제 절의 유적으로는 부여의 정림사지가 있습니다.
백제의 거대한 사찰 유적인 익산의 미륵사지는 지금 탑이 세 개, 금당이 세 개 있는데 1탑 1금당의 절을 세 개 붙여서 지은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고려시대 이후 절의 모습은 복잡해졌는데요, 이 가운데 도시에 있던 절은 그 사례가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신 산에 있었던 절은 그 모습을 대체로 지금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도 이 범주에 해당합니다. 이들 산사의 가람배치는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먼저 세 개의 문을 지나면 부처님이 계신 법당 영역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뒤로 부속 영역과 스님들의 생활하는 공간이 나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세 개의 문은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이 일반적입니다. 일주문은 산문으로도 부르는데요, 절의 입구에 해당합니다. ‘일주’란 이름은 옆에서 보았을 때 기둥이 하나로 보인다는 의미인데요,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주문에 절이 자리를 잡은 산의 이름, 그리고 절의 이름이 적혀있는 현판이 있습니다. 천왕문은 불법(불교)을 수호하는 네 방향을 지키는 신이 있는 문입니다.
이들 신은 각각 동방 지국천, 서방 광목천, 남방 증장천, 북방 다문천이라고 하는데요, 악귀를 밟고 있는 형태의 조각으로 만든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불이문은 진리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상징하는 문인데요, 손에 무기를 든 존재인 금강역사 조각이 있는 금강문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절의 중심 영역, 곧 부처님의 영역은 탑과 법당(삼국시대 금당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각각의 절의 기대고 있는 불교 경전에 따라 모셔지는 부처님이 달라집니다.
보통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이 있는데요, 아미타불을 모시는 경우 극락전이나 아미타전,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경우 대적광전 등의 이름을 가진 법당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드물게는 부처님이 아닌 보살을 모시기도 하니 양양 낙산사가 대표적입니다. 낙산사는 관음보살을 모신 원통보전이라는 법당을 절의 중심에 마련했습니다.
절의 중심 영역 밖에는 지옥을 상징하는 명부전(시왕전), 부처님의 제자인 나한을 모신 나한전, 역대 승려의 초상화나 조각을 모신 조사당 등의 건물이 있습니다.
또 예불을 드릴 때 필요한 법구인 불전사물, 곧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을 보관하고 연주하는 범종각(혹은 법고각)이 있습니다.
또 칠성각이나 독성각, 산신각과 같은 건물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절 입구나 주변에 역대 승려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신 승탑이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스님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요사채는 관람객들이 잘 볼 수 없는 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을 구경하는 것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으나 절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 절의 음식은 고기를 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공양이라고 합니다)이 많다는 점에서 절에서의 식사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절은 각각의 건물이 조화로운 배치를 통해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내지만 때로는 절 밖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어서 한국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절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